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제 목 [칼럼]오늘도 떨리는 손으로....
작성일 2015-10-24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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오늘도 떨리는 손으로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오시는 J할머니는 내가 의자에 앉아 있기가 미안 할 정도로 두 손 모아 공손히 인사를 하신다.  나는 얼른 일어나 할머니 손을 잡고, 의자에 앉혀 드리면, 할머니는 함박웃음을 주신다.


  J 할머니를 처음 만난 건 2년 전 심한 호흡곤란과 기침으로 내원 하신 어느 가을날이었다. 할머니 연세는 80이셨고, 첫눈에도 알아볼 정도로 심한 천식을 앓고 계셨다. 그리고 잇몸에 잘 맞지 않은 틀니 때문인지, 말씀을 잘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, 병력청취가 매우 어려웠다. 


 이학적 진찰 및 검사를 통해서 할머니는 고혈압과 당뇨의 합병증으로 신장기능이 조금씩 나빠지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, 대상포진의 후유증으로 심한 신경통을 앓고 계셨으며, 만성적인 기침과, 피로감, 무기력증을 호소하셨다.


 체형은 복부 및 하체 비만이었지만, 빈혈과 심각한 영양실조상태였다.  최근에 이렇게 여러 가지 문제를 가지신 어르신들을 만나는 건 드문 일이 아니다. 특히 비만체형임에도 불구하고, 빈혈이나 영양불균형을 가진 환자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. 현대사회에 섭취하기 쉬운 음식들이 칼로리 과잉을 보이지만 꼭 필요한 영양소들은 부족하기 때문이다.


 나는 J 할머니에게 천식에 대한 치료를 하며, 혈압약을 신장보호 효과가 있는 약으로 바꾸었다,  그리고, 비타민 B군과 마그네슘, 크로미움 등이 풍부한 현미를 포함한 잡곡밥과 시금치 같은 푸른 잎 채소와 당근쥬스, 양배추등의 음식을 드실 수 있도록 설명해드렸다.


 그리고, 가족들에게 꼭 필요한 단백질 섭취를 위해 육류의 조리방법을 바꾸어서 기름기가 적은 살코기를 매일 드실 수 있도록 교육하였다. 또한 필수 영양소와 항산화제를 함께 처방하였다.  그 후에도 할머니께서는 자주 내원하시며, 천식 증세가 차차 좋아지고 있었다, 혈압과 당뇨도 어느 정도 안정이 되어가며, 수개월이 지나면서, 몸이 너무 가벼워져서 날아갈 것 같다고 하셨다.


 작년 어느 화창한 봄날이었다.  할머니께서 부끄러운 듯이 웃으시며, “ 어제 딸이 새 옷을 사주었는데, 이 늙은이가 입기 너무 창피해서 오늘만 입고 내일부터는 안 입을 거야”  그러고 보니, 화사한 흰색 실크상의에  연두색 니트가 봄을 맞이하는 할머니의 함박웃음과 너무도 잘 어울렸다.  내가 먼저 알아차리고 말씀드리지 못한 미안한 마음에 “ 할머니 너무 옷이 잘 어울리셔요. 할머니 젊으셨을 때 많이 예쁘셨죠? ” 하며, 너스레를 떨었다. 할머니께서는 그 후에도 그 옷을 자주 입고 오셨고, 몇 년만에 친구들을 만나러 덕수궁에 다녀오셨다며, 너무 기뻐하신다.  그러면서 지금 기운 있을 때 만나지 못하면, 다시 못 만날 것 같은 친구들이라고 말씀하시는 눈가에서 내가 중학교 때 돌아가신 우리 친할머니의 모습이 스쳐갔다.

 올해 5월에는 의사선생님도 선생님이라며, 스승의 날 선물로 케익을 사 오셨을 땐, 정말 몸들 바를 모르게 고마웠다. 요즘도 정기적으로 방문하시면서 검진 및 처방을 받으시는 J 할머니의 발음을 이제는 신기하게도 아주 잘 알아듣는다. 할머니의 눈빛을 보며 많은 것을 이해하게 될 때부터 틀니에 의한 발음이상이 말씀을 알아듣는데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게 된 것이 지금 생각해도 참 신기한 일이다.


 J할머니를 포함한 우리 사회의 어르신들은 충분히 보호받아야 한다. 하지만 건강상의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계신 어르신들이 너무도 많다. 노년기에 접어들기 전 예비어르신일 때부터 적절한 영양관리와 운동을 꾸준히 할 수 있다면, 우리 사회가 건강한 노령사회로 진입할 수 있고, 국가 경제적으로도 많은 이득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.   이 땅의 의료인으로서 어르신들은 물론이고, 예비 어르신들부터 건강관리를 잘 할 수 있도록 꾸준히 계몽해 나가야  겠다는 사명감이 든다.